에디터의 텍스트


2021 ArtE 아트프리즘_일상 소리 듣기와 기록_이연우에디터

소리의 풍경을 찾아 떠나는 여정

이연우

<일상 소리 듣기와 기록>은 제목 그대로 직관적이고 내용이 명확한 수업이었다. 일상의 소리를 들어보고 그것을 기록하는 것. 즉, 사운드 스케이프(Soundscape)를 경험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사운드 스케이프는 ‘소리로 표현한 풍경’이라는 뜻으로, 주변 환경의 소리를 녹음한 뒤 재배열하여 만드는 작업물이다. 컵을 들어 마시는 소리, 옷을 갈아입을 때 나는 소리,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하는 소리 등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소리들을 기계를 통해 채집하고 편집한 결과물을 뜻한다. 사운드아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장르인지라 새로울 게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번 수업엔 두 가지의 실험적인 시도가 있었다. 첫 번째는 사운드 스케이프 수업을 ‘비대면(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마지막 기록을 ‘음악 파일’이 아닌 ‘시각 작업’으로 남긴다는 것이었다.

사운드 아트 + 비대면 = ?

소리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려면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 이 질문에는 몇몇 난제가 있었다. 첫 번째, 소리를 기록하고 그걸 다시 송출하는 것에는 ‘기계’가 빠질 수 없다. 한데, 참여자들은 모두 다른 사양의 기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기에 사운드의 퀄리티를 어디에 맞출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둘째, 온라인 수업에서 사용되는 화상 채팅 공간 ‘줌(zoom)’은 사운드를 전달하는 데에 특화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저음질로 송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김영은, 배인숙 예술가는 첫 번째 난제에 대한 답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핸드폰의 녹음 기능을 사용하고, 헤드셋 사용을 권장할 것. 헤드셋 보유 여부를 수업 전 미리 체크하여 없는 분들께는 ‘귀를 완전히 덮어 외부 소리를 차단할 수 있는 구조’의 헤드셋을 보내주는 것으로 정리했다. ‘비대면 상황에서의 청취 행위’, ‘일상성’ 그리고 ‘대중성’을 고려한 결론이었다.

두 번째 난제는 수업 구성을 통해 보완하고자 했다. 줌으로는 이론과 피드백 위주로 수업하고, 실습은 숙제로 전환했다. 숙제를 확인하는 시간에는 구글 드라이브에 원본을 올려 참여자들이 각자 감상한 후 그 소회에 대해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세 번째 수업에서는 ’줌’이 아닌 ‘팟빈(Podbean)’이란 팟캐스트 플랫폼을 사용하여 ‘라이브 스트리밍’ 실습을 진행했다. 사운드 기반의 앱을 활용해 각자의 위치에서 발생하는 일상 소리를 실시간으로 송출하여 함께 감상해보는 시간이었다. 라이브 스트리밍은 이번 실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도이기도 했다. 다른 지역, 공간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듣는 것은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미국에 사는 김영은 예술가는 마트에서 장 보는 소리를 들려주었는데, 코로나 이후 외국과의 일반적인 교류가 끊긴 지 2년 정도 된 시점에서 그곳의 소리를 듣는 것은 생각보다 큰 감동을 주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 지구 반대편의 친구와 펜팔을 주고받을 때 느꼈던 설레임과 신기함이 떠올랐다. 다른 참여자 중 한 명은 출근길 지하철 소리를 들려주었다. 익숙한 소리지만 시각 자극과 분리되어 청각으로만 그 상황을 경험하니 내 기억들과 사운드가 버무려져 더 폭넓은 상상을 할 수 있었다. 3회차 수업을 회고하는 인터뷰에서 배인숙 예술가는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aside> 🗣️ “좀 새로운 방법으로 듣는 경험을 드리고 싶었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소리를 리얼타임으로 듣는 건 느낌이 또 다르니까요.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장점으로 살릴 수 있는 수업이기도 했어요. 사람이 많으면 훨씬 더 스펙트럼이 넓게 들을 수 있으니까요.”

</aside>

반면 1, 2회차에 사운드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듣기 연습(숙제)을 ‘줌(Zoom)’으로 진행한 김영은 예술가는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 대해 어떻게 느꼈을까? 그는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