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de> 📌 에필로그 I 3부 말하지 않은 것

</aside>

2010년 만든 첫 책자 『덜 익은, 날 것의, 갓 뽑은』(로사이드)에 이런 글을 쓴 바 있다.

자기 몰두의 창작을 끌어가는 예술가들은 달의 뒷면에 있다.

그 캄캄하고 아득한 곳에서 홀로, 쉼 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사람들 역시 달의 뒷면에 있다.

그 캄캄하고 아득한 곳에서 홀로, 쉼 없이, 먼지 쌓인 종잇장을 스크랩한다.

사실 달의 뒷면의 머물 때마다, 어째서인지 늘 머물게 될 때마다, 마음이 더 끌리고 오래도록 눈에 밟히는 건 창작물도, 창작자들도 아닌 그들의 가족이었다.

창작자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들의 피로한 눈, 난감한 표정, 또는 문득 떠오르는 어린아이 같은 미소, 그들이 털어놓는 과거의 이야기, 아이를 갖기 전, 혹은 아이가 태어난 후의 시간들, 불쑥 쏟아내는 자기고백.

“......이 아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겠어요? 저는 이 아이에게 원죄를 진 사람이에요.”

그들의 삶.

새로운 창작자, 또는 창작물을 만나게 될 때마다 옆에 있는 그들의 삶이 너무도 환히 보이기에 이 창작에 대해 말하는 것이 더더욱 조심스러웠다. 이 창작물과 그들의 삶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에. 아니, 하나로 뭉쳐있기에.

이 책 **『무엇』**을 만들며 궁극적으로 하고자 했던 건 어쩌면 이렇게 너무도 오랜 시간 뭉쳐 있었던, 뭉친 채로 굳어있었던 하나의 덩어리를 분리시키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들의 삶이 창작자들의 삶과, 삶과 동일한 창작과 조금이라도 분리되어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일.

무언가 확실한 대답을 얻으려는 우리의 질문에 김경두 창작자는 반복적으로 말했다. “그건 속단하기 어려워요. 속단하기 어려운 언급입니다.” 이 말을 되새기고 되새기며 『무엇』을 만들었다.

전염병 종식에의 기약이 여전히 묘연한 이 속수무책의 시국, 활동 공간이 대폭 줄어들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발달장애 창작자들과 가족들, 또한 다양한 공간에서 발달장애인의 창작을 지원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21년 12월

김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