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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으로 안으로 무한히 확장되는 ‘자기 몰두의 창작’에 대하여丨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보려는 노력
글丨밝은방 김효나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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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서 웅얼거린다. 웅얼웅얼한다. 속에는 말의 고통, 말하려는 고통이 있다.
그보다 큰 것이 있다. 더 거대한 것은 말하지 않으려는 고통이다.
말하지 않는다는 것. 말하려는 고통에 대하여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속에서 들끓는다. 상처, 액체, 먼지, 터뜨려야 한다. 비워내야 한다.”
차학경의 『딕테』에서
어떻게 말할까, 고민한다.
어떻게 말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말해도 좋을까, 주저한다.
스스로 말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말해도 좋을까, 깊이 주저한다.
- 깊이 주저하던 시간이 있었다. 14년. 짧지 않은 시간이다.
2008년, 발달장애를 가진 한 청년의 노트를 열어본 이후로 현재까지 발달장애 및 정신장애 창작자들과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예술작업을 이어오면서 나는 단지 창작을 실행할 뿐, 이들의 창작에 대해 말하기를 피해왔다.
- 누군가는 끊임없이 작품을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는 끊임없이 그것을 버리는 것이다.
예술작업을 위해, 또는 전시나 출판 준비를 위해 그동안 수많은 창작자의 집을 방문하였는데 그때마다 공통된 풍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수십 권의 노트, 또는 수백 장의 이면지가 창작자의 작은 방 한편에 쌓여 있는 풍경이었다.
-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기에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보려는 노력을 한다.
‘말할 수 없는 것’. 필자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이 표현은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어떤 장르에도 포섭시킬 수 없는 이들 창작의 독창성과 예술적 야생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들의 창작이 너무 쉽게 말해지는 현실을 지적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