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_아트프리즘(총괄)_우리의 우리에게_류현미.pdf
0. 메시지
저기 미래로 날아가는 화살이 있다. 모든 것이 정지된 이 현실을 지나, 불투명한 약속과 기약 없는 기다림 사이를 지나, 저기 어딘가로 향해가는 화살이 있다. 그것이 가는 곳은 어디일까? 어느 낯선 곳을 향하고 있을까? 그곳은 어느 이름 없는 꿈의 장소가 아니라, 미래를 경유하여 지금 이곳으로, 어쩌면 바로 우리 자신이 과녁의 중심이 아닐까?
여기 미래에서 날아오는 화살이 있다. 상상의 공간을 떠돌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우리가 쏘아 올린 그 화살이다. 2020년 “비대면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 <아트프리즘>”(이하 <아트프리즘>)은 팬데믹의 현실에서 미래의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이자 지금 이곳 혼돈과 변화의 경계에 선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본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상황에 처한 예술교육의 난제와 그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되었고, 각기 다른 관심사를 가진 예술가 8인이 모여 총 5개의 비대면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 시연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바탕으로 현재의 고민과 한계를 고찰하여 비대면 예술교육의 향방을 나누고자 한다.
1. 공통의 고민
우선 우리는 지난 상반기에 시행되었던 비대면 예술교육의 현실 속에서 공통의 고민 세 가지를 추출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예술교육 주체들의 단절된 감각이 당장은 복원될 수 없겠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연결하는 또 다른 물리적, 도구적, 심리적 장치에 대한 필요를 타진해야 했다. 온라인 수업 환경에 필요한 새로운 조건과 감각을 실험하면서도 그동안 우리가 이어온 예술교육의 가치 또한 잊지 않아야 했다.1) 고민 셋은 다음과 같다.
공통의 고민
하나, 비대면의 분절된 공간을 연결하는 고리들에 대한 것이다. 대면 공간의 복합적이고 동시적인 감각 소통이 모니터 위에서는 청각과 시각 정보로 축소되었으므로 우리의 첫 번째 고민은 평면화된 화상 대면의 소통을 가능한 한 다면화하여 입체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사이 장치를 탐색하는 것이다. 학생과 선생 사이를 잇는 온라인 매개 공간의 위치와 성격, 활용 가능성을 살피고 하나의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한 복수의 플랫폼을 구조화하는 것이다.
둘, 참여자의 창작 과정을 촉진하는 도구에 대한 것이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예술적 경험을 주도하기 위한 도구는 굳이 대면과 비대면을 나누어 구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비대면 상황에서의 도구는 선생의 부재를 매개하는 또 하나의 분신으로서 참여자의 능동적 탐색을 선취할 수 있는 보다 특별한 성격을 갖는다.2) 따라서 우리가 단지 수업 내 보조적인 교구재의 역할에만 도구를 한정하지 않는다면 또한 가시적인 물질로만 그것을 환원하지 않는다면, 참여자가 자신의 창작 욕구를 발견하고 스스로 참여하는 장면을 좀 더 다양한 형태로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두 번째 고민은 수업 전후로 이어지는 잠재된 연속체이자 창작 매개체로서의 도구를 탐구하는 것이다.
셋, 온라인 대면에서의 새로운 관계성에 대한 것이다. 비대면 상황의 학생과 선생 그리고 학생과 학생은 대면 공간과는 확연히 다른 감각으로 서로를 지각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가 서로 만날 수 있다면 어떻게 만나야 할까? 함께 시선을 맞출 수 없고 상대의 호흡을 느낄 수도 없는 조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함께 보고 듣고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할까? 우리의 세 번째 고민은 디지털 공간 특유의 교감, 협력, 즉흥의 창작 기호를 탐험하고 비대면 공동체의 순간을 발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