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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성이 공연예술자들이 많이 추구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바라지 않잖아요. 실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연습해 오는 무용이나 음악 같은 장르 같은 경우, 특히 엘리트 무용 교육에서는 많이 일어나지 않고, 추구하지 않기도 하죠. 그런데 예듀몽에서 이것을 찾는다고 했을 때 정말 저는 반가웠어요. 정말 솔직히 얘기해 보면 이런 예측 불가능성에 대해서 우리가 반갑기보다는 두려운 마음들도 조금씩은 있었을 텐데 아이들을 위해서 혹은 참여자들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이걸 더 확장되게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하신다는 건 정말 용감한 일 같아요.

부모, 무용수, 선생님으로서 나의 경험과 자전적인 동기와 경로가 사실은 우리가 하는 문화예술교육을 더 인간답게 만드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깨닫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내가 예술가로 살아왔는데 사실은 좋은 어른으로만 있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구나를 깨달으면서 말로만 듣던 진짜 예술이 사회적 안전망이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 것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예듀몽은 굉장히 어려운 프로젝트 주제를 선택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너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한 명의 아이들을 만나는 거라서 어떻게 보면 콘텐츠나 프로그램이나 어떤 것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부분이 많죠. 제가 최근에 뉴질랜드의 피터 오코너(Peter O’Connor)님과 인터뷰를 했는데, 이분은 오랜동안 감옥과 정신병원에서 연극을 만드는 예술가예요. 그 분에게 ‘이걸 어떻게 감당하세요?’ 라고 물어봤더니 웃으시면서 ‘위스키’ 이렇게 딱 얘기 하시더라고요.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일을 하기에 자기 돌봄이 필수적이죠. 다들 쉽지 않은 일을 하고 계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사회나 가정에 보살핌과 애정이 좀 더 주어졌었어야 하는 그런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예술일까 혹은 좋은 어른일까, 애정일까... 여러 가지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그런 대상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건 굉장히 훌륭한 것 같아요. 다들 너무 최전방에서 연구하고 계시지만 사실 데이터가 많이 있지 않고,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이번 기회에 충분히 고민해서 (이 활동을 통해) 무언가 다음 단계를 치고 나갈 수 있는 근력을 얻을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우리의 비대면 상황에서 필요한 것들이 어떤 프로그램일 수도 있고, 인적인 것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과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그리고 비대면에서 우연성을 어떻게 경험하게 할 수 있을지, 그런 순간에 창의적 선택의 기회들을 제안하는 것이 비대면으로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것이 사실 관건인 것 같습니다. 온라인이라는 과제 안에서 촉수적 사고, 시각에 대한 이야기, 우연성에 대한 철학. 절대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되는 부분 같기는 해요. 누군가는 이런 철학적인 질문들을 해야 될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저는 굉장히 강하게 들거든요. 사실 이 모든 일에 성과는 선생님들 자신인 거잖아요. 선생님들 자신이 좀 더 준비되거나 대비되거나 영향력 있는 어떤 질문을 갖게 되는 것, 그게 저는 이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최대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성과라는 생각이 들어요.